“잔치를 베풀거든 차라리 가난한 자들과 몸 불편한 자들과 저는 자들과 맹인들을 청하라 그리하면 그들이 갚을 것이 없으므로 네게 복이 되리니 이는 의인들의 부활시에 네가 갚음을 받겠음이라 하시더라“(누가복음 14:13-14)

행색이 남루한 할아버지가 횡단보도 신호등 아래 쓰러지듯 앉아계셨다. 버려진 나무대기로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고 애쓰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크게 게의치 않았다. 마땅히 차를 세울 곳이 없어 보였지만….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냥 지나가면 안되었다. 나의 아버지가 겹쳐 보여서 나만은 지나치면 안될 것 같았다.

비상깜빡이를 켜고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상황을 물었다.

할아버지는 평소처럼 다니던 길인데 별안간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 앉았다고 하셨다. 여쭤보니 집은 생각보다 멀었다.

‘고민할 것이 뭐 있나…’ 얼른 뒷문을 열어 차에 타시라고 했더니 너무나 미안해하셨다.

“이걸 어쩌면 좋아요. 평소 다니던 길이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버리니 신세를 지게 생겼네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할 일인가요, 마침 제가 시간도 되고 하니 상관없어요”

“아니…. 내가… 신세를 지더라도 갚을 수가 없다오…. 내가 갚을 수가 없으니까….”

순간 언젠가 읽었던 말씀이 떠올랐다. ‘앗싸!… 주님… 오늘 로또 맞았네요…’

갚을 수 없는 분을 만났으니… ㅋㅋㅋㅋ

“할아버지, 덕분에 제가 하나님께 받을 게 생겼네요 .제가 예수님 믿거든요. 할아버지도 예수님 믿고 천국 가세요”

그렇게 돌아오는 길, 그날은 가슴이 꽉 막혀서 숨쉬기도 힘든 날이었다. 뭣 때문인지 이유도 모르겠고 폭탄처럼 터져버릴 것 같은 날이었는데…

연세를 여쭤보니, 돌아가신 아빠랑 같은 연세에 같은 시대를 지내셔서 그런가 쓰시는 어투며 행동이 우리 아빠 같았다.

그렇게 터질 것 같은 머리 속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해결 방법이라…

내가 도울 수 있는 누군가는 나의 복의 통로이다. 내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때는 내가 누군가의 복의 통로이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은 모두가 복되다.

-김 유 경 집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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