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절 어느 땐가, 쌍용자동차에서 ‘로디우스’라는 모델이 새롭게 나왔을 때였다. 차량 후미가 외계인 뒤통수같이 생겨서 신기하기도 하고 새로운 모델이라 눈길을 끈 적이 있다. 그 차량을 볼 때면 주차장에 서 있는 ‘로디우스’를 이리저리 열심히 살펴보시던 목사님의 모습이 생각난다.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운전 하는 사람들이면 다들 끌리는 게 인지상정…. 그 시절 면허가 없던 터라 잘 몰랐는데, 운전을 하고 보니 신차가 나올 때마다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때마다 떠오르는 장면은 ‘로디우스’의 실내까지 들여다보시던 목사님의 모습과 함께 멘트… “해 아래 새 것이 없다. 지나면 다 중고차야. 새 차는 끊임없이 나온다.” 그 이후로 물 건을 살 때면 떠오르는 말이다. 지나면 다 중고야.. 해 아래 새 것이 없어.

 그랜져 IG를 운전할 때 신형 그랜져가 나와서 나도 힐끔거릴 때가 있었다. 너무 빨리 구형모델이 되니 기분이 별로였는데 얼마 전, 그 다음 모델을 10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4대를 연달아 보며 꼬소운 웃음을 웃었으니 순간 초딩이 된 기분….ㅎㅎ

 근래에 차량을 중고로 바꿨다. 아…모델이 맘에 안 들었으나 차에 대해 무지한 나는 남편의 뜻에 따랐다. 정이 안갔다.
그러다 문득 ‘이 차도 처음엔 대우받는 신차였을텐데..’ 그때의 누군가는 나처럼 힐끔거리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이 드니, 승차감도 나쁘지 않고 특히나 추운 요즘 열선의 성능이 탁월해 마치 구들장에 앉은 느낌이다. 차에게 마음주기 시작했다.

 전도서에서는 허무함을 이야기했다

 “세상 만사 말로 다 할 수 없이 피곤하니, 눈은 보고 또 보아도 만족하지 않고, 귀는 듣고 또 들어도 채워지지 않는다. 이미 있던 것들이 다시 생기고, 사람들은 전에 했던 일들을 다시 한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쉬운성경 전도서1:8-9절)

 아이러니 하지만 이 허무함은 동시에 가치있음에 대한 인정을 하게 한다. 새 것이 나와선 밀렸던 구 것, 그것으로써의 가치있음을.. 물체를 넘어 어디에도 적용이 된다. 새로운 아이돌, 다신 없을 것 같은 스포츠 스타, 더 이상의 감동은 없을 것 같은 스토리들…

 새 것이 계속해서 생겨나지만 지난 것을 처음 만날 때의 나는, 또한 그 대상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그렇게 보면 새로운 것이라 해서 마냥 위대하지만도, 지난 것이라 해서 절대 가치 없지만도 않다. 지난 것과 새로운 것의 어우러짐이 가장 자연스런 조화가 아닌가 싶다.

 위에 전도서 말씀이 생각날 때마다, 난 지난 것들의 가치가 존중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로써 언제까지나 청춘일 것 같던 나의 신체가 이제 불혹(不惑)을 신나게 지나가고 있어도 서플프지만은 않다.

 묘한 결론이지만 위에 말씀을 통해 난 밀려나는 구세대가 아니라, 나로서의 내 자리를 잘 잡아가는 느낌이다.

– 김유경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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