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없이 좋은 날…여린 초록잎이 살랑거리는 봄날에 부고(訃告) 문자가 왔다.

 이렇게 눈이 부신 날에 죽음의 소식이라니… 또 누군가는 봄이 오는 설레임에 이별의 기억을 버무려 맞이하는
순간이다.

 봄에는 특별한 냄새가 있다. 땅과 초목이 생동하는 냄새. 자신들의 생명 있음을 온갖 유난을 떨며 펼치는 듯한 거기서 시작하는 몸부림의 흔적으로 남는, 이 계절만의 냄새가 있다.

 슬픈 얼굴을 예상하며 갔지만 다행히 무덤덤한 얼굴이다.돌아가신 분의 연세가 적지 않아 호상(好喪)이라 하니 위로가 된 것인지…

 진작부터 마음의 준비를 한 탓인지는 모르나…

 어느 이별에 아쉬움이 없을까…

 이젠 문상을 가는 나도 한해, 한해 무덤덤해진다. 세월의 경력인가 가는 나도 맞이하는 그들도 오열(嗚咽)은 없다.

 그렇게 죽음이 일상 가운데 가만히 자리를 잡는 것 같다. 믿음이 없는 이들의 문상을 가는 날은 참 많은 생각이 든
다.

 가는 나는 어떤 위로를 하러 가는지… 이렇게 가는 나는 무슨 기도를 하고 와야 하는지…

 고인의 영정 앞에 섰으나 어느 기도도 나오지 않는다. 유족의 손을 잡았으나 무어라 할 말이 없다. 무얼 하려고 2시간 30분을 달려온 걸까…

 되돌아 오는 길… 머릿속이 더 복잡하다.

 오보인 줄 알았던 코미디언의 죽음이 진짜란다. 특별할 것도 없는 것이 시작이 있으니 끝도 있는 것이니까.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 (히9:27)

 그런데 그후에 있는 심판에 대해서는 얼마나 생각을 할까…장례식장 기다란 입구를 웅장하게 메운 화환을 보니 씁쓸하다.

 이것이 천국가는 길의 축하의 의미라면 모를까… 꽃은 또 왜 이리 고운가…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어떤 기도를 구해야 하는가…아무것도 모르겠으니 알려달라고 구해야 하나…

 몇십년이 적은 세월은 아닌 것 같은데 매 순간 모르겠는 것 투성이다.

– 김유경집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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