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자란 것은 아니고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신 것도 아니라, 직접 농작물을 재배해 본 경험이 전무한 저에게는 가끔 길가에 자라고 있는 식물들은 그냥 풀이요 나무일 뿐입니다.

 지금도 신혼초 시골 시냇가 옆 울창한 가지와 초록색 열매를 가리키시면서 ‘호두’라고 하신 시아버님께 웃으면서 “저 놀리시지 마세요. 호두는 땅속에서 캐는 거지요”라고 당당히 이야기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합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으나 세월의 가르침과 쌓인 경험에서 자주 접하는 것들은 구분하기도 합니다.

 며칠 전 아이와 함께 동네 산책을 하며 길옆 밭에 심기어진 고구마며, 콩, 깨 등을 아이에게 일러주고 있는데 아이가 가로수 종류를 묻습니다. 아이가 가리킨 가로수는 잎사귀 앙상하니 몇 개 없어서 알 수가 없더라구요.

 아이에게 꽃이 피던 열매가 맺으면 그때나 알아보겠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마태복음 12장 33절의 “나무도 좋고 열매도 좋다하든지 나무도 좋지 않고 열매도 좋지 않다 하든지 하라. 그 열매로 나무를 아느니라.”는 말씀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열매를 보고 나무의 이름을 명확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믿음의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우리도 우리가 입으로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우리의 삶 가운데 드러나는 열매를 통해 우리의 신앙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여집니다.

 교회당 옆 식당의 주차장 컨테이너 곁에 감나무가 있습니다. 작년에 참 많은 열매를 맺어주어 올해 역시 기대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면서 바라본 나무에는 감이 몇 개 열리지 않아 제 소유의 나무도 아닌데 얼마나 속상하고 실망스럽던지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주님이 원하시는 열매들이 있을텐데, 제가 감나무 열매의 부실함을 보고 실망하듯이 제 삶을 보고 주님께서 마음 아파하시겠다 싶으니 참 죄송스럽더라구요,

 갈라디아서 5장 22절 말씀에는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라고 성령의 9가지 열매를 이야기합니다.

 이 9가지 열매를 모두 탐스럽게 맺으면 참으로 좋겠으나 이 중 한 열매라도 반짝반짝 빛이 나게 맺어지도록 소원하고 기도해 봅니다.

 – 이 가을 믿음의 귀한 열매를 소원하는 황명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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