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참으로 낯섭니다. 매년 같은 계절을 겪지만 매번 겪는 계절의 변화에 더디게 적응하고 반응하는 제 속도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입김이 보이는 계절을 맞이하지만 여전히 옷장 서랍에는 반팔과 여름옷으로 가득하고, 추워진 날씨에 맞는 옷들은 보관함에 담겨진 채 좁은 거실을 더 좁게 하고 있습니다. ‘정리해야지, 이번 주 바쁜 일만 끝내면 정리해야지, 이번 주 급한 일만 마치면 정리해야지…’하다 11월이 지난 지금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옷들을 보면서 저의 게으름을 다시 한 번 책망해 봅니다.

 지나간 두 달은 계획하고 예정된 일들을 처리하기보다 일정에 끌려다닌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분주하게 보낸 것 같습니다. 제가 스스로 조절할 수 없거나, 계획하지 않은 많은 일들에 치여 산 것 같습니다.

 바쁜 일 하나 끝내면, 또 다른 급한 일이 기다리는 일상을 살다보니 여유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어려운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워낙 계획되지 않거나 예측하지 않은 일에 부자연스럽게 대처하는 저에게 그래서 지난 2달은 힘들기도 하고 또 다른 변수로 인해 겪게 될 어려움을 미리 생각하다보니 마음의 여유가 더욱 없었던 것 같습니다.

 “너희 중에 누가 걱정한다고 해서 자기 키를 한치라도 더 늘릴 수 있느냐?”(현대인의 성경)

 말씀을 아는데도 빼꼭하게 씌여진 업무일지와 핸드폰 속 다이어리의 내용들이 마음을 누룹니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6:34)

 2023년 11월과 12월 두 달간의 시간을 남겨두고 다시금 주님앞에 서서 제게 질문을 던져 봅니다.

 “지금 나는,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믿고 온전히 주께 모든 것을 맡기고 있는가?”

 “지금 나는, 주님께 모든 염려를 맡기고 주님이 주시는 평안을 누리고 있는가?”

 신앙생활의 연수가 적지 않은데도 주님께 온전히 맡기는 일에 여전히 서툴러서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불안함이 제게 있습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14:27)

 주님이 이리 말씀해 주시는데도 여전히 불안하고 종종거리는 저의 모습도 사랑하시고 지금도 도우시고 인도하시는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인간의 유한한 사랑이라면 벌써 내쳐졌을텐데 살아있어 날마다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게 도우시고 일용할 양식과 쓸 것을 채워주시고 일상을 살아갈 체력과 지혜를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 남은 2023년의 시간뿐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을 잘 정돈하고 평안가운데 잘 살아가는 인생되기를 다시금 기도하는 황명숙 사모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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