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이 떠오를 때면 늘 유머스러운 장난기 가득한 미소의 얼굴이 떠오른다. 무언가 곧 유쾌하게 웃음이 터질 일이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세상 걱정을 별로 하지 않는 분이셨다. 늘 뉴스를 보셨지만 그 뉴스를 재생산하지 않으셨다. 세상은 세상대로 돌아가고 아버지는 아버지의 인생을 적당히 즐기시는 듯 보였다. 아버지의 말년에는 빚을 남기지 않는 게 꿈 이셨고 이루셨다. 갑자기 돌아가신 것도 어찌 보면 노년에 예수님을 믿은 당신의 소원과 기도가 이루어진 것이다.

 나의 투병 기간에 길고 긴 밤은 퇴원을 앞둔 어느 날 저녁이었다. 간호사들이 내일 퇴원한다고 알려주고 갔을 때 마땅히 손 내밀어 도움받을 곳이 없었던 아내는 150만원 정도의 퇴원비를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믿음이 충만한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밤새 침대에 누워 기도했다. 잠이 오지도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이 도와주시리라 믿고 기도 했다.

 아침식사를 하고 아내에게 통장을 찍어보라고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하나도 의심없이 하나님의 도움의 손길이 이루어졌으리라 믿었다. 그런데 되돌아온 실망스런 얼굴의 아내는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했다. 갑자기 머쓱해졌다. 믿음도 안개처럼 사라져 버릴 듯 했다. 다시 간호사의 연락이 있었다. 퇴원 결재를 하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움을 청할 곳이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껏 한 번도 병원비 도움을 부탁드리지 않았는데 육신의 아버지가 생각났다. 왜냐하면 그때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불신자였기 때문에 아버지께 물질적인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었다. 주의 종이라고 하고 믿음의 일을 하는 나로서는 도움을 바라는 것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화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뜻밖에도 아버지는 선뜻 보내주마고 하셨고 순조롭게 퇴원했다. 그런데 내 마음은 오히려 우울해졌다. 지금껏 육신의 아버지를 의지하지 않았던 나는, 하늘 아버지를 믿는 믿음으로 살아왔고 살고자 했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 신뢰하고 의뢰했던 하늘 아버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육신의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에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래서 마음 나눌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그 내용을 얘기했더니 친구는 “야, 하나님이 너희 아버지의 등을 쳐서 너를 도와주셨구만, 뭘 그래..”라고 한다.

 지나고 보니 병든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수고로움이 있어야 했던 것이다. 아마도 아버지도 그 일로 인해 마음이 한결 가벼우셨을 것이다.

 지금 내게는 하늘에 두 아버지가 계신다. 김월성집사님 내 육신의 아버지와 내 영혼의 하나님 아버지…

-그리스도 예수안에서 형제되고 동역자된 김만천목사-

댓글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