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분명히 성경 말씀을 주셨는데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이사 하느라 지친 탓에 깊은 잠을 잘 자고 나서 모든 것을 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몇 년 전부터 있어 왔듯이 세월의 흔적으로 찾아오는 해마의 손상으로 인한 기억력 감퇴일 수도 있습니다. 그도 아니면 공황 장애의 후유증으로 올 수 있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 기억력이란 것이 그와 같은 것 같습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잊어버리고 살고, 기억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은 삶 전체를 통틀어 뇌리에 박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고민스러운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나의 머리가 기억력이란 것을 잃어버려서 아무 생각 없이 잠들 수 있었으면 하는 때도 경험합니다.

 인간의 기억력이란 것이 그런 것인가 봅니다.

 최초의 인간인 아담은 그 엄중하고도 소중한 하나님의 명령을 잊고, 우리에게 영원한 굴레를 씌워버리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그 이후 성경 속에는 많은 기억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저에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출애굽 당시 그 많은 이적과 기사들을 목격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명령이 시내산 위에서 모세에게 내려지고 있던 바로 그 순간에, 그 산 아래에서 그들은 금송아지를 만들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는 것이었습니다. 또, 이스라엘 백성들의 요청으로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세워주신 최초의 왕, 사울은 많은 성품의 결함이 있었음에도 하나님의 택하심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만 하나님의 계명을 잊고 불순종하며 몰락을 맞습니다.

 “사무엘이 사울에게 이르되 왕이 망령되이 행하였도다 왕이 왕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왕에게 내리신 명령을 지키지 아니하였도다 그리하였더라면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위에 왕의 나라를 영원히 세우셨을 것이거늘” 사무엘상 13:13

 사울 왕을 얻기 전에 한나는 기도합니다.

 “한나가 기도하여 이르되 내 마음이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내 뿔이 여호와로 말미암아 높아졌으며 내 입이 내 원수들을 향하여 크게 열렸으니 이는 내가 주의 구원으로 말미암아 기뻐함이니이다 여호와와 같이 거룩하신 이가 없으시니 이는 주 밖에 다른 이가 없고 우리 하나님 같은 반석도 없으심이니이다” 사무엘상 2:1, 2

 하나님은 모세에게도 여호수아에게도, 그 이후에도 많은 선지자들을 통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말씀하시고 또 하십니다.

 잊지 않고 살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택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택하셨다는 것과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낮추시고 겸손한 자를 높이시며 우리의 악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공의와 사랑을 위하여 끊임없이 일하시고 계시는 신실하신 분이라는 진실을 말입니다.

-박재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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